경북대학교 약학대학 배종섭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제주 용암해수에서 발견된 자연 유래 규조류인 멜로시라를, 임상에서 항응고제로 오래 사용되어 온 헤파린과 같은 실험 조건에 나란히 올려놓은 것입니다.
동시에 혈관염증 억제 효과로 알려진 생강 유래 성분 진저론도 비교 대상으로 함께 두었습니다. 의약품과 식물성 화합물, 그리고 자연 유래 미생물 추출물을 같은 실험 조건에서 비교한다는 설계 자체가, 이 연구가 단순한 효능 홍보를 넘어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를 목표로 했음을 보여줍니다.

혈관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혈관 건강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두 가지 축이 혈전과 염증입니다. 혈류가 정체되거나 손상된 혈관 내벽에 혈소판과 응고 인자가 모이면 혈전이 형성되고, 동시에 염증성 신호 물질이 분비되면 백혈구가 혈관벽에 달라붙고 이동하면서 혈관 내벽의 손상을 키웁니다. 이 두 과정은 서로 맞물려 있어서, 염증이 길어지면 혈전이 잘 생기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혈전이 쌓이면 다시 염증 반응이 강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연구팀이 멜로시라를 검증하면서 혈전 생성과 혈관염증을 함께 살펴본 이유도 이 둘이 따로 떼어 볼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실험은 혈액 응고와 관련된 표준 검사 방식인 PT(프로트롬빈 시간)와 INR(국제표준화비율) 측정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트롬빈 활성도와 FXa(혈액응고인자 10a) 활성도를 별도로 측정해, 혈전이 형성되는 단계별 반응을 세밀하게 들여다봤습니다. 염증 부분에서는 HMGB1이라는 염증 유도 물질을 세포에 처리한 뒤, 세포 접착분자(CAMs)의 발현 정도와 백혈구가 혈관 내벽에 달라붙고 이동하는 정도를 관찰했습니다. 이 같은 측정 방식은 약리학 연구에서 혈관 보호 물질의 작용 기전을 확인할 때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법입니다.
세포실험이 알려주는 것과 알려주지 않는 것
연구팀에 따르면 멜로시라를 처리한 실험군에서는 응고 관련 지표와 염증 관련 지표 모두에서 농도에 비례하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세포 접착분자의 발현이 줄고, 백혈구의 부착과 이동성도 함께 억제되는 양상이 확인되었다는 것입니다. 배종섭 교수는 헤파린이 응고 억제라는 한 가지 기능에 집중된 의약품인 반면, 멜로시라는 염증을 유발하는 여러 생물학적 경로에 함께 반응하는 복합적인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다중 경로 반응은 자연 유래 소재가 갖는 특징으로 자주 언급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연구가 세포 단위의 시험관 실험이라는 점은 분명히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의 몸에서는 혈류 속도, 혈관 구조,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등 훨씬 많은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세포실험에서 확인된 반응이 그대로 임상적 효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헤파린은 이미 수십 년간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 데이터가 축적된 의약품이고, 멜로시라는 이제 막 그 기전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식품 원료입니다. 이번 실험은 멜로시라가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초 단계의 데이터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식품 원료로서 멜로시라가 서 있는 위치
멜로시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연 유래 규조류로는 처음으로 신소재 식품원료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는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전성과 규격 기준을 충족했다는 의미이며, 의약품의 치료 효과를 인정받은 것과는 다른 절차입니다. 이번 비교실험은 그 다음 단계, 즉 멜로시라가 가진 생리활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연구 활동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해양 미생물 자원에서 새로운 기능성 원료를 찾아내는 작업이 국내 연구진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분야에 대한 학술적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세포실험에서 확인된 반응이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동물실험과 인체 적용시험 같은 후속 검증 절차가 필요합니다. 연구팀이 SCI급 학술지에 결과를 게재하며 검증 절차를 밟아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멜로시라를 둘러싼 연구는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 유래 소재 하나가 과학적 검증을 거쳐 가는 과정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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